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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현의 푸드레시피 | 2017년 01호
비타민·무기질 보충제, 암 예방을 위해 드신다고요?
건강이 화두인 시대. ‘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식품’에 대한 관심도 날로 높아져 간다. 하지만 이런 타이틀을 달고 TV나 인터넷에서 소개되는 각종 매직(magic) 식품 중 그 효과가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소수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보다 현명한 식생활을 통해 암을 예방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식품과 영양에 대한 지식을 국제암연구재단의 최신 보고서에 근거하여 시리즈로 전달하고자 한다.
글_윤지현 서울대식품영양학과 교수 기자 | 2017-03-15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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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갑상선암을 진단 받았을 때, 필자의 건강을 걱정하는 분들이 건네준 항암식품(?)의 종류는 다양했다. 그 중 한 후배 교수가 건네준 종합비타민제 박스 속 카드의 메시지가 지금도 기억에 남는 다. “그나마 이에 대한 연구가 많이 된 것 같아서...”


맞는 말이다. 시중에 떠도는 소위 ‘항암식품’이라는 것들 중에는 그효과에 대한 과학적 증거는 고사하고라도 제대로 된 연구조차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 다수다. 그나마 비타민과 무기질의 경우, 이러한 성분을 포함한 식품이나 보충제가 암의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오랫 동안 이루어져 왔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비타민이나 무기질의 섭취가 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더 캔서] 창간호에서 필자는 전 세계 석학들이 검토, 발표한 암 예방 및 유발에 관련된 식품에 대한 보고서에서 암을 예방하는 ‘확실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정된 식품은 단 한 가지도 없다는 다소 실망스러운 소식을 전했었다. 그러나 이 보고서에서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암 예방의 ‘가능 성이 높은’ 것으로 발표한 식품 중 다수가 특정 비타민이나 무기질을 포함한 식품들이다. 예를 들어, 엽산 함유 식품은 췌장암의 예방에, 카로티노이드 함유 식품은 구강·인두·후두암과 폐암의 예방에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베타카로틴이나 비타민 C 함유 식품은 식도암, 셀레늄 함유 식품은 전립선암의 예방에 도움이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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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특정 비타민이나 무기질 성분의 암 예방 효과에 대한 결론이 ‘식품’으로 섭취한 경우와 ‘보충제’로 섭취한 경우에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다름’의 수준이 우리의 예상을 넘어서, 식품으로 섭취된 경우에 암 예방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성분이 보충제로 섭취된 경우 도리어 암을 유발할 수 있음이 밝혀져 학계를 충격에 빠뜨 리기도 했다. 그 충격의 주인공이 바로 ‘베타카로틴 보충제’이다.


베타카로틴이란 우리 몸속에서 비타민 A로 변하는 카로티노이드계 물질인데, 베타카로틴 등의 카로티노이드계 물질이 풍부한 식품, 즉 과일과 채소는 폐암 예방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러한 베타카로틴을 식품의 일부가 아닌 보충제의 형태로 남성 흡연자에게 5년간 섭취하도록 한 핀란드의 연구에서 보충제를 섭취한 집단의 폐암 발생률이 섭취하지 않은 집단보다 20% 가까이 높아졌다. 이 후 다른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발표 되었고, 결국 “베타카로틴 보충제가 흡연자에게 폐암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확실하다”라는 결론이 도출되기에 이르렀다.


물론 이러한 비타민이나 무기질 성분을 보충제의 형태로 섭취하는 모든 경우가 베타카로틴의 예와 같이 암 예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국제암연구기금(World Cancer Research Fund)의 보고서가 발표한 영양보충제가 암 예방이나 유발에 미치는 효과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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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표만 보더라도 우리가 암예방을 위해 비타민이나 무기질을 보충제로 섭취한다는 것이 얼마나 비과학적인 일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일단, 이 표에 포함되지 않은 비타민이나 무기질 보충제의암 예방과 관련한 연구는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면 된다. 그렇다면 총 다섯 종류의 보충제 즉, 비타민 보충제인 베타카로틴, 레티놀, 알파토코페롤 보충제와 무기질 보충제인 칼슘, 셀레늄 보충제만이 그나마 암과 관련한 과학적 증거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먼저 암 예방에 확실한 증거를 가진 비타민·무기질 보충제는 단 한가지도 없는 반면, 오히려 암 유발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있는 보충제로 베타카로틴이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 듯이 베타카로틴 보충제의 섭취는 흡연자에게 폐암 유발의 가능성이 ‘확실한’ 것으로 판정되었다.


비타민·무기질 보충제 중 가장 많은 종류의 암 예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 셀레늄 보충제의 경우, 전립선암 예방의 가능성이 높고 폐암과 대장암 예방의 가능성도 있지만, 피부암을 유발할 가능성도 함께 가지고 있다. 칼슘 보충제가 대장·직장암을 예방할 확률이 높다는 것은 식생활의 특성상 칼슘 섭취가 부족하고 대장암 발병률이 높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귀가 솔깃한 일이다. 그러나 보충제만의 연구는 아니어서 앞의 표에 표시되지는 않았지만. 칼슘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는 사람들의 경우에 전립선암 발생의 가능성이 높은 것 또한 밝혀진 바, 암 예방을 위해 굳이 칼슘을 보충제 형태로 섭취할 필요성은 없다는 것이 학자들의 일관된 견해이다.

레티놀, 즉 비타민 A의 경우 피부암을 예방할 가능성이 있지만 동시에 폐암을 유발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비타민 E의 일종인 알파토코페롤은 전립선암을 예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정 되었지만 아직 그 과학적 증거가 미미한 상태이고 이 또한 흡연자에 한한 증거일 뿐이다.


물론 이러한 보충제의 암 예방이나 유발과 관련한 효과는 특정 분량, 특히 대부분 고용량의 보충제에 대해서 도출된 것이므로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이 많이 섭취하고 있는 종합영양제의 용량 수준에 서 그러한 효과가 있으리라고는 단언할 수 없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암 예방을 목적으로 비타민이나 무기질 보충제를 섭취할 과학적 근거가 현재로서는 “없음”이 명백하다. 국제암연구재단과 대한암 협회 모두 각각의 암 예방을 위한 식생할 지침에서 영양보충제의 섭취를 권하지 않음을 명시한 이유이다.


과거 한 때 식품영양학자들은 식품의 성분들 각각의 기능에 몰두하 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보다 통합적인 접근으로 각 식품의 성분이 아닌 식품 그 자체의 기능이 더 중요함을 깨닫고 있다. 건강 증진에 유효한 성분들이 식품의 일부로 섭취될 때 그 식품에 포함된 다른 여러 인자들과 함께 우리가 기대하는 효과를 보이기 때문이다. 식품으로 섭취하는 모든 성분들은 일상적인 식생활에서는 그 양이 자연스럽게 제한되는 반변, 보충제로 섭취하는 경우 과잉 섭취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 또한 암 예방을 위해 보충제 섭취를 권하지 않는 주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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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현 서울대식품영양학과 교수>

- 대한암협회 집행이사

 

 

 

대한암매거진 2017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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